본문 바로가기

맘 건강

치매의 임상적 특징과 스마트폰

반응형

50대 회사원인 L씨는 어머니의 문제로 가슴이 많이 아프다. 70대에 접어든 어머니가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로 된 어머니는 온갖 고생을 감내하며 2남2녀의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적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괴로움을 내보이지 않았고 자녀의 뜻을 속 깊이 헤아리던 사려 깊고 지혜로운 어머니였다. 이제 경제적 안정을 찾게 된 L씨는 어머니가 편안하고 행복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어머니에게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우 정확하고 세심하던 어머니가 엉뚱한 실수를 자주 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태우고 그릇을 깨고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으셔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의 증세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자주 내고 때로는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해대기도 했다. 과거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자녀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버리려 한다며 가족들을 의심하고 잘못된 기억을 고집하며 억지를 쓰곤 했다. 그토록 깔끔하시고 자기관리에 철저하던 어머니가 얼마 전부터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치매라는 진단을 받긴 했지만, L씨는 어머니의 변한 모습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장남인 L씨는 어머니를 집에 모시며 간병하고 있지만 아내와 가족의 고통이 크다. 어머니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가족을 괴롭힌다.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자주 짜증을 낼 뿐만 아니라 L씨가 회사에서 귀가하면 며느리가 자신을 때렸다고 거짓말을 하며 이간질을 하곤 한다. 이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하자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생겨나게 되었고 가족 간에도 자주 갈등이 생겼다. 마침내 어머니를 집에서 간병하는 데에 한계를 느낀 L씨와 가족은 노인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고려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토록 자녀에게 헌신적이셨던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일이 마치 어머니가 귀찮아져 병원에 유폐시키는 일 같아 L씨의 마음은 몹시 괴롭다.

 

 

1. 치매의 원인과 유형

치매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중추신경계통의 손상, 즉 뇌세포의 손상 때문이다. 그러나 뇌세포의 손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며 치매 증상과 발병과정도 다양하다. 따라서 치매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뇌세포의 점진적 파괴로 인해 치매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대체로 초기에는 미세한 기억장애와 언어장애로 시작되어 점차 다양한 치매증세가 나타나고 말기에는 매우 심각한 치매상태로 발전하게 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나이가 65세 이상으로 고령이며, 여성이고, 가까운 가족 중에 치매에 걸린 사람이 있으며, 과거에 뇌손상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세포가 점진적으로 파괴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뇌손상의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진 경우도 있는데, 혈관성 치매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출혈이나 뇌졸중 등에 의한 뇌혈관의 파열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되어 치매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뜻한다. 혈관성 치매는 일반적으로 뇌혈관 장애와 더불어 급격하게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뇌혈관 장애의 치료와 더불어 증상이 호전될 수도 있다. 

이밖에도 파킨슨병으로 인한 치매, 헌팅톤병으로 인한 치매, 두부손상으로 인한 치매 등이 있다.

치매는 인지기능의 손상이 주요 증상을 이루고 있다.  즉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의 손상이 치매의 특징적인 핵심적 증상이다. 특히 치매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기억장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실어증, 실행증, 실인증, 실행기능장애 4가지 장애 중의 한 개 이상이 존재해야 한다.

치매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조속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될 수 있다. 이렇게 치료 가능한 가역적 치매는 전체 치매환자의 약 10~15%에 해당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치매는 증상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며 병전상태로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비가역적 치매가 대부분이다. 

치매환자는 치매증상 자체로 인해 사망하기보다 치매에 수반되는 신체적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치매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은 폐렴, 요로감염증, 욕창성 궤양 등과 같이 감염으로 인한 폐혈증인 경우가 많다. 

 

2. 치매의 치료와 예방

치매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치매의 원인을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 일부 혈관성 치매나 다른 신체질환으로 인한 치매의 경우, 그 원인을 제거하면 증세가 크게 호전될 수 있는 가역성 치매로 여겨지고 있다. 즉 뇌졸증으로 인한 혈관성치매의 경우, 뇌수술을 통해 뇌손상을 제거하면 인지적 손상이 현저하게 호전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나 다발성경색 치매는 병전상태로 증세를 회복시키기 어려운 비가역성 치매로서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대뇌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거나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치료약물이 개발되고 있다.

치매환자들이 나타내는 인지적 손상의 속도는 환경적 자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환경자극이 차단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는 인지적 손상이 가속화되는 반면, 적절한 지적 자극을 통해 인지기능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인지적 손상이 지연되거나 완화된다는 연구보고가 많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 중요한 정보를 잊지 않도록 반복하여 암기하기, 간단한 지적 과제나 게임하기, 과거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억해 보기, 가족이나 친척의 이름 외우기, 날짜 확인하기 등과 같은 다양한 지적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일은 증상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된다. 즉 지속적인 정서적 자극과 다양한 감정체험은 치매증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지닐 수 있다.

치매 예방의 기본원칙은 사회적 은퇴와 더불어 무료하고 고립된 삶이 되기 쉬운 노후에도 적절한 신체적, 심리적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체적 활동뿐만 아니라 지적, 정서적, 사회적 활동이 지나치게 축소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예방 4가지 수칙

1) 은퇴이전부터 미리 노후생활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체력과 건강의 유지를 위해 적절한 운동과 신체적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인지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적 활동을 해야 한다.

4) 즐겁고 유쾌한 정서적 체험을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5) 적절한 사회적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스마트폰의 보급과 치매

중앙치매센터에서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젊은 치매라 불리는 '조발성 치매' 환자가 전체 치매 환자의 약 8%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수도 급증했는데 2019년에는 63,231명으로 2009년 보다 2.6배 늘어났다. 85세 환자가 대부분인 일반 치매와 달리 젊은 치매는 10~50대 환자가 대부분이다. 

젊은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치매, 전두측두엽 치매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다른 미디어 사용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을 반복할수록 주의력과 기억력이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태스킹을 하면 머리가 잘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주의력과 단기기억을 상실시키고 뇌 손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용을 삼가고 멀티태스킹 보다 싱글태스킹을 하는 게 좋다.

이와 함께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쉴 때 스마트폰은 내려두고 제대로 잘 쉬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 동료나 지인, 가족들과 대화하기 혹은 운동을 한다면 뇌기능을 자극해 젊은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이전이었던 2009년에 비해 2019년에는 젊은치매 환자수가 두배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건망증이 이전보다 늘었고 말할 때 어떤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릴 때가 많아지고 있다. 어느 날은 가족들이 식사하는데 각자 핸드폰을 가지고 영상을 보려고 해서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 살고 계시는 친정엄마가 하시는 이야기 중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웃 중에 치매를 앓고 계시는 분이 있으신데 아무렇지 않게 이전처럼 생활하신다고 하셨다. 다만 동네를 다니시면서 한번씩 들러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 놓으시면 엄마도 아무렇지 않게 대꾸를 해주시곤 한다고 하셨다. 이분들은 오랫동안 생활해 오시던 고향에서 이전처럼 동네 마실도 다니고 또 다른 동네 사람들이랑 친밀감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마음이 들었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여러모로 사람의 온기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반응형

'맘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코틴 의존과 니코틴 금단 (ft. 전자담배)  (0) 2024.11.26
청소년 동반자 (YC) 서비스, 영화 <굿윌헌팅>  (0) 2024.11.22
계절성 우울증  (0) 2024.11.04
나무 그림 해석  (0) 2024.10.31
틱장애  (0) 202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