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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건강

양극성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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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출신의 30대 교도관인 P씨의 동료들은 요즘 P씨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평소에 소극적이고 조용하던 P씨가 한 달 전부터 서서히 말이 많아지고 웃음 소리가 커졌으며 여러 가지 일들을 벌이며 활발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6개월 전 도박에 손을 대어 큰 돈을 손해보고 한동안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여 왔던 P씨였기에, 동료들은 무슨 좋은 일이 생긴 줄로만 생각했다. 동료들과의 술자리 모임에서 P씨는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술을 많이 마시고 명랑하게 화제를 주도하며 많은 말을 했으나 다소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앞으로 교도관의 월급이 두 배로 오를 것이라거나 조만간 대통령이 우리 교도소를 방문하게 될 것이라거나 자신은 곧 3급 공무원으로 승진을 하게 될 것이라는 등의 말을 하곤 했다. 최근 P씨는 돈씀씀이가 몹시 헤퍼졌으며, 아내에게 자신은 고시공부를 하겠다며 2년 안에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모두 합격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고 한다. 법학 관련서적을 10여권 사들고 와서 매일 새벽 3~4시까지 공부를 하였으나 아내가 보기에는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책 저책을 뒤척거리기만 했다고 한다. 직장에 출근해서도 일은 하지 않고 동료나 죄수들에게 돌아다니며 "나는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니 잘 기억해 두라"고 횡설수설 이야기하곤 했다. 출퇴근시간을 잘 지키지 않았으며 근처 대학에 법학강의를 청강하러 간다며 무단으로 자리를 비우곤 했다. 이런 일이 잦아져 교도소장이 불러 문책을 하자, "내가 조만간 당신 상관으로 오게 될 텐데,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느냐?"며 오히려 화를 내며 대들었고 "교도행정이 크게 잘못되어 있다. 내가 다시 돌아오는 날 세상이 바뀔 것이다"라고 횡설수설하였다고 한다.

1. 진단기준과 임상적 특징

양극성 기분장애는 우울한 기분상태와 고양된 기분상태가 교차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뜻한다. P씨의 경우와 같이, 기분이 몹시 고양된 조증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말이 많아지고 빨라지며 행동이 부산해지고 자신감에 넘쳐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적 사고를 나타내며 잠도 잘 자지 않고 활동적으로 일하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으며 결과적으로 현실적응에 심한 부적응적 결과를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조증 상태가 나타나거나 우울증 상태와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를 양극성장애라고 한다. 과거에는 조울증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DSM-4에서는 양극성장애를 제1형 양극성장애, 제2형 양극성 장애, 순환성 장애로 구분하고 있다.

제1형 양극성장애는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는 조증 상태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장애이다. 이 장애의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정상적으로 의기양양하거나, 지나치게 기분이 고양된 조증 상태가 적어도 1주간 이상 분명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둘째, 이러한 조증 상태에서는 주요 증상들 중 3~4가지 이상 심각한 정도로 나타나야 한다. 셋째, 이러한 증상이 물질(예: 남용하는 물질, 치료약물 또는 기타 치료)이나 신체적 질병 (예: 갑상선 기능항진증)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분장애가 심각하여 직업적응은 물론 일상생활에 현저한 곤란이 있거나 자신 및 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있어 입원이 필요하거나 정신증적 양상(망상이나 환각)이 동반되면 제1형 양극성장애로 진단된다.

DSM-4에서 제시된 조증 상태의 주요한 증상들

(1)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2)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예: 단3시간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4) 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주관적인 경험

(5) 주의 산만(예 : 중요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주의가 이끌림)

(6) 목표 지향적 활동(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 또는 성적 활동)이나 흥분된 운동성 활동의 증가

(7) 고통스런 결과를 초래할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함(예 : 흥청망청 물건 사기,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 투자)

제1형 양극성장애는 가장 심한 형태의 양극성장애로서 한 번 이상의 조증 상태가 나타나는 모든 경우를 말한다. 흔히 제1형 양극성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한 번 이상의 우울증 상태를 경험한다. 때로는 조증 상태와 우울증 상태가 혼합되어 1주일 이상 나타나는 혼재성 기분상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제1형 양극성장애로 진단된다.

제2형 양극성장애는 제1형과 매우 유사하지만 조증 상태의 증상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경조증 상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경조증 상태는 평상시의 기분과는 분명히 다른 의기양양하거나 고양된 기분이 적어도 4일간 지속된다. 아울러 7가지 조증 증상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나지만, 이러한 조증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현저한 지장을 주지 않으며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증적 양상도 동반되지 않는다.

천재의 창의성과 양극성장애

"조증은 생명의 불꽃이며 우울증은 타고 남은 재이다"라는 말이 있다. 양극성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조증 상태에서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매우 신속하고 왕성한 사고활동과 적극적이고 정열적인 행동을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조증적 성향이 생산적으로 활용될 경우에는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창의적이고 초인적인 업적을 남길 수도 있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 중에는 정신장애를 지녔던 사람들이 많다. 위대한 천재들이 흔히 지녔던 정신장애의 하나가 바로 양극성장애이다. 이러한 천재들은 웅대한 포부와 낙관적 전망, 자유분방하고 풍부한 창의적 발상, 자신감과 의욕에 찬 추진력, 매우 활동적이고 정열적인 목표지향적 행동, 낙천적이고 폭넓은 사회적 활동과 같은 조증적 특성으로 인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왕성한 활동을 펼치다가 어느 시점에서 활력이 소진된 듯한 우울증적인 침체기를 나타내곤 했다. 이처럼 조증적 상태와 우울증적 상태를 주기적으로 나타내는 경향이 있었으며 주위의 지지적 동료들이 이들의 약점을 보완해 주었던 경우가 많다. 

순환성 장애는 경미한 우울증 상태와 경조증 상태가 2년 이상 장기적으로 순환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순환성 장애는 기분의 변동이 심한 만성적인 기분장애로서 경미한 형태의 조증 증상과 우울증 증상이 자주 번갈아 나타난다.

2. 양극성장애의 원인

양극성장애는 여러 가지 이론적 입장에서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고 있으나 유전을 비롯한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 장애로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 입장에서는 양극성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 신경전달물질, 신경내분비적 요인, 수면생리적 요인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양극성장애는 유전되는 경향이 강한 장애로 알려져 있다. 양극성장애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대다수는 가족 중에 동일한 장애 또는 주요 우울장애를 지녔던 사람들이 있다.

양극성장애가 유전을 비롯한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심리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요인은 양극성장애를 유발하는 취약성을 제공하며 양극성장애의 발병시기나 발병양상은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 양극성장애의 조증 증세를 무의식적 상실이나 자존감 손상에 대한 방어나 보상 반응으로 보고 있다. 프로이드는 조증이 우울증과 핵심적 갈등은 동일하지만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무의식적 대상의 상실로 인한 분노와 책망의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어린 시기에 초기의 우울증을 인내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거나, 부모 또는 부모의 사랑을 상실했던 사람은 자신들의 발달적 비극의 현실을 부정하고 조증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조증과 우울증은 동일한 갈등에 의해 지배되며 단지 그 갈등에 대한 환자의 태도가 다를 뿐으로, 우울증은 갈등에 압도당하는 상태인 반면 조증은 갈등을 부정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상태라고 보았다.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의 균형

우리는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긍정적 생각과 부정적 생각을 동시에 지니며 살아간다. 이러한 긍정적 생각과 부정적 생각의 비율이 기분상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가 대체로 황금비, 즉 1.6 대 1.0의 비율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부정적 생각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거나 긍정적 사고가 현저하게 감소하여 황금비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는 조증 상태는 긍정적인 사고가 증폭하고 부정적인 사고가 감소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증 상태에서는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비현실적인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무모하게 행동하여 결과적으로 실패와 부적응을 초래하게 된다.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의 비율은 우리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긍정적 사고는 우리에게 낙관적 기대와 더불어 의욕과 활기를 불어넣는 삶의 추진기인 반면, 부정적 사고는 비관적 기대와 더불어 삶의 폭과 속도를 감소시키는 삶의 제동기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에는 추진기와 제동기가 모두 필요하듯이, 우리의 삶에는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가 모두 필요하다. 우리가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의 환상 속에서 삶을 지나치게 확장하며 무모하게 과속할 때, 삶의 속도를 조절하게 해주는 제동기가 바로 부정적인 생각인 것이다. 즉,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의 적절한 균형이 건강한 삶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3. 양극성 장애의 치료

양극성 장애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리튬과 같은 항조증 약물을 사용하는 약물치료이다. 특히 조증 상태로 인해 자신과 타인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제1형 양극성장애는 입원치료와 약물치료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양극성장애는 흔히 만성적인 경과를 나타내며 재발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약과 더불어 자신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생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인지행동적 치료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출처 : 현대 이상심리학    권석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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