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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건강

우울증의 원인 (정신분석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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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울고 있는 노인 : 영원의 문에서>

우울증의 원인과 발생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론이 제기되어 왔다. 우울증을 설명하는 대부분의 심리학적 이론은 부정적인 생활사건이 우울증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우울증은 진공상태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상실과 실패를 의미하는 부정적인 생활사건이 우울증을 촉발한다. 생활사건은 생활 속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 즉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을 뜻한다. 우울증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 부정적인 환경적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유형, 즉 주요한 생활사건, 사소한 생활사건, 사회적 지지의 결여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주요한 생활사건은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주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뜻한다. 이러한 주요 생활사건에는 사랑하는 가족의 사망이나 심각한 질병, 자신의 심각한 질병, 가정불화, 가족관계나 이성관계의 악화 , 친구와의 심각한 갈등이나 다툼, 실직이나 사업실패, 경제적 파탄과 어려움, 현저한 업무부진이나 학업부진 등의 다양한 사건이 포함된다.  

우울증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작은 부정적 사건들이 누적되어 생겨날 수도 있다.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은 없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여러 가지 사소한 부정적인 생활사건들이 오랜 기간 누적되면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사소한 생활스트레스를 미세한 생활사건이라고 부른다. 그 예로는 친구나 가족구성원과의 사소한 다툼이나 언쟁, 적은 액수의 돈을 잃어버림,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소한 비난을 받음, 테니스나 탁구게임에서 짐, 친구가 약속시간에 안 나타남, 낯선 사람으로부터 불쾌한 일을 당함, 상점판매원의 불친절한 행동 등 다양한 생활사건들이 이에 해당된다. 

사회적 지지가 부족하거나 결여되면, 개인의 정서적 안정감과 자존감을 서서히 잠식하여 우울증을 촉발시킬 수 있다.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는 개인으로 하여금 삶을 지탱하도록 돕는 심리적 또는 물질적 지원을 의미한다. 즉 친밀감, 인정과 애정, 소속감, 돌봄과 보살핌, 정보제공, 물질적 도움과 지원 등을 통해 자존감과 안정감을 유지시켜 주는 사회적 지원을 말한다. 이런 사회적 지지의 원천은 배우자, 친한 친구, 가족, 동료, 교사 등이다. 이들로부터 주어지는 사회적 지지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생활사건을 차단시켜 줄 뿐만 아니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게 된다. 예컨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지속적인 상태, 소속집단으로부터 소외된 상태, 친구의 부족, 도움을 요청하고 어려움을 상의할 사람의 부족, 경제적 궁핍,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사람의 부족 등과 같은 상태가 우울증의 발생과 지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래에 소개되고 있는 중년주부의 경우는 미세한 생활사건과 사회적 지지의 결여가 점진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0대 후반의 주부인 L씨는 요즘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해져서 집안 살림을 하는 것도 매우 힘든 상태이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남편과 무럭무럭 자라는 두 아들을 지닌 L씨를 주변에서는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지만, 실상 L씨는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명문여대를 졸업하고 한때 유망한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하기도 했던 L씨는 현재의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두 아들을 낳아 한때 행복한 생활을 했었다. 전근이 잦은 직업을 지닌 남편 때문에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두 아들을 기르면서 집안 살림에 재미를 붙이고 여유 있는 행복한 생활을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자신의 일상생활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자신이 점차 무능력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때 오붓한 애정을 나누던 남편은 진급을 하면서 점점 더 직장일이 바빠져서 저녁 늦게야 귀가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토끼처럼 귀엽게 따르던 두 아들도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각자의 생활에 바쁘고 예전같이 엄마를 따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남편과 아들이 무심코 던진 말들이 자꾸만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만 했다.

이대로 집안에 눌러 앉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L씨는 멀리하던 동창회에 나가보기도 했지만, 서로 자신을 내세우는 경쟁적인 대화가 혐오스럽게 느껴졌고 직장생활에서 성공한 친구들 사이에서 오히려 자신이 초라하다는 느낌만 받게 되었다. 뒤늦게라도 직장생활을 해보려고 취업을 알아보았지만, 3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며 그동안의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L씨는 이제 자신이 가정에서도 무가치한 존재가 되어 버렸고 사회에서도 무능한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마치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불행감과 좌절감이 밀려왔으며 무기력감에 빠져들게 되었다.

(1) 정신분석적 이론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인간의 심리적 문제를 무의식적 동기와 갈등의 문제로 설명하며 우울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Freud는 우울증을 분노가 무의식적으로 자기에게 향해진 현상이라고 본다. 그는 우울증을 기본적으로 사랑하던 대상의 무의식적 상실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았다.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은 실제 일어난 일일 수도 있고 상상 속에서 또는 상징적으로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의 중요한 일부가 상실되었다는 슬픔뿐만 아니라 자신을 버려 두고 떠나간 대상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의 감정이 향해질 대상이 사라진 상태이고 도덕적 억압 등으로 인해 분노감정이 무의식 속으로 잠복하게 되며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게 된다. 이렇게 분노가 자기 자신에게로 내향화되게 되면, 자기비난, 자기책망, 죄책감을 느끼게 되어 자기 가치감의 손상과 더불어 자아기능을 약화시키게 되고 그 결과 우울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자각되지 않는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타인의 도움과 인정이 필수적이며 이런 측면에서 어머니는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이런 어머니가 사랑의 주된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의 요구를 항상 충족시켜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좌절시키기도 하여 아이에게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어머니에 대해서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양가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다. 어머니로 대표되는 사랑의 대상을 실제로 또는 상징적으로 상실한 경우, 무의식적으로는 사랑의 감정을 지녔던 대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과 아울러 한편으로 미움의 감정을 지니고 있었던 사랑의 대상을 파괴하는 데에 내가 기여했다는 생각이 교차하게 된다. 따라서 상실한 대상에게 미운 감정을 지니고 나쁜 행동을 해서 그 대상을 잃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후회감을 느끼는 한편, 사랑의 대상이 나를 버리고 떠나갔다는 생각으로 인해 기존의 분노감정이 증폭된다. 그러나 분노감정을 발산할 대상은 현실에서 사라진 상태이며 또한 죄책감으로 인해 분노감정은 외부로 발산되지 못하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 향하게 된다. 이렇게 분노가 자기 자신에게 향해지는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어린아이는 성장하면서 사랑의 대상인 부모를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내면화하여 자신의 심리적 일부로 지니게 된다. 따라서 자신을 버리고 떠나갔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 분노를 표출하는 한 방법은 자신의 내면 속에 남아 있는 대상, 즉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분노가 향해져 자기책망, 자기 비난, 자기실망을 유발하게 되어 우울증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에 대한 정신분석적 설명은 이후에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확장되었다. Stricker는 인생초기에 가장 중요한 존재인 어머니나 아버지를 실제로 또는 상상 속에서 상실하여 무력감을 느꼈던 외상적 경험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즉 어린 시절의 상실경험이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는 취약성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실경험을 지닌 사람이 성장 후에 이혼, 사별, 중요한 일에서의 실패와 같이 상실이나 좌절 경험을 하게 되면, 어린 시절의 외상적 경험이 되살아나고 어린 시절로 퇴행하게 된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우울증은 어린 시절에 중요한 타인을 상실하여 무력감을 느꼈던 심리적 상처의 반영 또는 재발이라는 것이다. Bibring은 손상된 자기존중감을 우울증의 가장 주요한 특징으로 본다. 우울해지기 쉬운 사람들은 강한 자기도취적 또는 자기애적 소망을 지니고 있다. 즉 자신이 가치 있고 사랑받는 존재여야 하며 늘 강하고 우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선하고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높은 자아이상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은 현실적으로 충족되기 어려운 것으로서 이상과 현실의 지속적 괴리는 자기존중감을 손상시키고 그 결과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출처: 현대 이상심리학   권석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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