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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건강

기분장애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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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의 그림 'depression'

우리는 누구나 기분의 변화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는 소망하는 일들이 잘 이루어져서 기분이 좋고 즐거우며 신바람이 날 때가 있다. 자신이 유능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며 자신감과 의욕이 충만해지고 인생은 정말 살 만한 것이라고 여겨지면서 '기분이 들뜨는' 때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생활 속에서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어 기분이 침체되고 우울해지며 불행감이 밀려들 때가 있다. 자신이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자신감과 의욕을 잃은 채 비관적인 생각에 휩싸이며 '기분이 가라앉는' 때가 있다. 인생의 과정에서 누구나 이러한 기분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기분이 들뜨거나 가라앉는 정도가 그다지 심하지 않아서 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침울했던 기분이 회복되고 들떴던 기분도 안정된다. 

그러나 때로는 기분이 가라앉는 정도가 지나치게 심해서 매우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또는 기분이 지나치게 들떠서 매우 불안정하거나 산만해지고 무모한 행동을 하여 여러 가지 부적응적인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저조하거나 고양된 기분상태가 지속되어 현실생활의 적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를 기분장애(mood disorders)라고 한다. 이러한 기분장애는 크게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로 구분된다.

 

대학교 1학년 학생인 K군은 요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거운 마음이 밀려온다. 학교에 가서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이 너무 괴롭고 힘들기 때문이다. K군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주목받는 우수한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자신이 인간적 매력도 없고 능력도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소 내성적인 K군은 입학초기에 친구를 사귀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늘 주변에 친구들이 있었고 공부를 잘하는 K군에게 친구들이 다가오곤 했었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아무도 K군에게 주목하고 다가오지 않았고 K군 역시 친구를 사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게 몇 달을 생활하다 보니 외톨이가 되었다. 다른 학생들은 삼삼오오 어울려 다니며 강의를 듣고 점심식사도 같이 하고 공부도 하는데, K군은 함께 어울릴 친구가 없어 늘 혼자 다니게 되었다. K군의 하루생활은 학교에 나와 혼자 강의 듣고 캠퍼스와 도서관을 배회하다 집에 돌아가는 외롭고 재미없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학교에 나오면 자신을 반겨 주고 함께 어울릴 친구가 없었다. 또 K군은 자신이 혼자 다니는 모습을 같은 학과 학생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늘 피해 다녔다.

이런 상태에서 생활하는 K군에게는 학교에 가는 일은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이었다. 따라서 K군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들이 늘어났고 학업성적도 나빠졌으며 대인관계는 점점 위축되어 갔다. 그 결과 자신이 무능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못난 존재라는 생각에 휩싸이게 되었고 급기야 이렇게 대학을 다닐 바에는 차라리 자퇴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울증은 삶을 매우 고통스럽게 만드는 정신장애인 동시에 '심리적 독감'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우 흔한 장애이기도 하다. 또한 우울증은 개인의 능력과 의욕을 저하시켜 현실적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은 전세계적으로 직업적 부적응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은 흔히 자살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심리적 장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그 전 세대보다 더 높은 우울증 빈도를 나타내고, 우울증에 걸리는 연령도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1. 주요증상과 진단기준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기분장애이지만 다양한 심리적 문제가 동반된다. 우선 우울증 상태에서는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비롯하여 좌절감, 죄책감, 무가치감, 허무감, 절망감 등과 같은 고통스러운 정서상태가 지속된다.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강해지면 자주 눈물을 흘리며 울기도 한다. 심한 우울증 상태에서는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정서상태를 나타낼 수도 있다. 또한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우울증 상태에서 분노감정이나 불안정하고 짜증스러운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우울한 기분과 더불어 일상활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이 저하되어 매사가 재미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또한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생활이 침체되고 위축된다.

우울증 상태에서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이 증폭된다. 자신이 무능하고 열등하며 무가치한 존재로 여겨지는 자기비하적인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또한 타인과 세상은 비정하고 적대적이며 냉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산다는 것이 참으로 힘겹고 버거운 일로 여겨지며, 미래가 비관적이고 절망적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생에 대해 허무주의적인 생각이 증가되어 죽음과 자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인지적 기능도 저하되는데, 주의집중이 잘 되지 않고 기억력이 저하되며 판단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어 어떤 일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사고력의 저하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학업이나 직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울한 사람은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야 할 일을 자꾸 뒤로 미루고 지연시키는 일이 반복된다. 활력과 생기가 저하되어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쉽게 지치며 자주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아울러 사회적 활동을 회피하여 위축되는 생활을 하게 된다. 우울증 상태에서는 행동과 사고가 느려지고 활기가 감소하여 행동거지가 둔하고 처지게 된다. 우울한 사람들은 흔히 수면장애를 겪게 되는데, 불면증이 나타나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반대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자거나 졸음을 자주 느끼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는 자학적인 행동이나 자살시도를 할 수 있다. 

우울증 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신체생리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우선 식욕과 체중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흔히 식욕이 저하되어 체중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식욕이 증가하여 많이 먹게 되어 갑자기 살이 찌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우울한 사람들은 피곤함을 많이 느끼고 활력이 저하되며 성적인 욕구나 성에 대한 흥미가 감소한다. 또한 소화불량이나 두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나타내고 이러한 증상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와 같은 전염성 질환에 약하고 한번 감기에 걸리면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은 이처럼 개인을 매우 고통스러운 부적응 상태로 몰아놓는 무서운 장애이지만 전문적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잘 되는 장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울증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은 우울증상의 심한 정도나 지속기간 등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 DSM-4에서는 우울증을 3가지 하위유형 즉 주요우울장애, 기분부전장애, 미분류형 우울장애로 구분하고 있다.

 

DSM-4에서 제시된 우울증의 주요한 증상들

(1)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이 주관적 보고나 객관적 관찰을 통해 나타난다.

(2) 거의 모든 일상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같이 뚜렷하게 저하되어 있다.

(3) 체중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저한 체중감소나 체중증가가 나타난다. 또는 현저한 식욕감소나 증가가 거의 매일 나타난다.

(4) 거의 매일 불면이나 과다수면이 나타난다.

(5) 거의 매이 ㄹ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를 나타낸다. 즉 좌불안석이나 처져 있는 느낌이 주관적 보고나 관찰을 통해 나타난다.

(6) 거의 매일 피로감이나 활력상실을 나타낸다.

(7) 거의 매일 무가치감이나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낀다.

(8) 거의 매일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이 주관적 호소나 관찰에서 나타난다.

(9)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이나 특정한 계획없이 반복적으로 자살에 대한 생각이나 자살 기도를 하거나 자살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다.

 

9가지 증상중 1,2항의 증상을 필수적으로 포함해 5개 이상의 증상이 거의 매일 연속적으로 2주 이상 나타나야 한다. 주요우울장애의 핵심적 증상은 1항의 지속적인 우울한 기분과 2항에 제시된 흥미나 즐거움의 현저한 저하이다. 이 밖에도 3개 이상의 증상을 동반할 경우에는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우울증상으로 인하여 사회적, 직업적, 기타의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손상이 초래되어야 한다. 셋째, 우울증상이 물질(남용하는 물질이나 치료약물)이나 일반적 의학적 상태(예: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상이 사별에 의해 잘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 즉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후에 우울증상이 2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현저한 기능장애, 무가치감에 대한 병적인 집착, 자살에 대한 생각, 정신증적 증상이나 정신성 운동지체가 특징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만 주요우울장애의 진단이 내려진다.

우울증의 다른 유형인 기분부전장애는 주요우울장애보다 경미한 증상이 2년 이상 장기간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지속적인 우울한 기분을 비롯하여 (1) 식욕부진이나 과식, (2) 불면이나 과다수면, (3) 활력의 저하나 피로감, (4) 자존감의 저하, (5) 집중력의 감소나 결정의 곤란, (6) 절망감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면 기분부전장애로 진단될 수 있다. 

미분류형 우울장애는 주요우울장애와 기분부전장애의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벼운 우울장애, 단기 우울장애, 월경전기의 우울장애 등이 포함된다. 

이 밖에도 증상의 강도, 지속되는 기간, 증상의 양상이나 패턴, 원인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하위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우울증은 단극성 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울증은 반대되는 기분상태인 조증(mania)과 함께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조증 상태에서는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고 과도하거나 무모한 행동을 나타낸다. 양극성 우울증은 현재 우울증 상태를 나타내지만 과거에 조증상태를 나타낸 적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에 과거에 전혀 조증상태를 경험한 적이 없이 우울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를 단극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유형의 우울증은 임상적 증상이 매우 유사하지만 그 원인, 증상 패턴, 예후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구분되어야 한다. 우울증은 유발한 외부적 촉발사건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외인성 우울증과 내인성 우울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외인성 우울증은 가족과의 사별, 실연, 실직, 중요한 시험의 실패, 가족의 불화나 질병 등과 같이 비교적 분명한 환경적 스트레스가 계기가 되어 우울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뜻하며 반응성 우울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 내인성 우울증은 이러한 환경적 사건이 확인되지 않으며 흔히 유전적 요인, 호르몬 분비나 생리적 리듬 등과 같은 내부적인 생리적 요인에 의해서 우울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우울증은 우울증상의 심각성에 따라 신경증적 우울증과 정신증적 우울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신경증적 우울증은 현실판단력에 현저한 손상이 없는 상태에서 다만 우울한 기분과 의욕상실을 나타내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 몰두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망상수준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무기력하고 침울하지만 현실 판단 능력의 장애는 보이지 않는다. 즉 주위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대화 내용이 조리 있으며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반면, 정신증적 우울증은 매우 심각한 우울증상을 나타냄과 동시에 현실판단력이 손상되어 망상수준의 부정적 생각이나 죄의식을 지니게 된다. 정신증적 우울증에서는 환각과 망상이 나타나며 현실세계로부터 극단적으로 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이런 환자는 자기는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라는 망상을 지니기도 하고 자기가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오염된다고 믿어 환경과의 접촉을 단절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울증을 지니는 사람은 사회적 적응이 불가능하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여성의 경우 출산 후 4주 이내에 우울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산후 우울증이라고 한다. 또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특정한 계절에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때로는 우울증이 겉으로는 우울한 기분을 두드러지게 나타내지 않으나 내면적으로 우울한 상태에서 비행이나 신체적 문제로 위장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위장된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고 한다. 이렇듯이 우울증은 그 원인적 요인, 증상의 양상, 지속기간, 다른 장애와의 관계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기로 한다.

 

출처 : 현대 이상심리학   권석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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