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맘 건강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반응형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 D씨는 요즘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 7개월 전에 두명의 친구와 함께 밤낚시를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때 운전을 하던 친구 한명이 죽었다. D씨도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으나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상태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이후로 D씨는 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두려움 때문에 자동차 운전을 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승용차도 타기가 힘들다. 평소에도 신경이 매우 예민하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나 경적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게 되며 교통사고 당시 피투성이였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요즘은 죽은 친구가 나타나는 꿈을 자주 꾸게 되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망한 친구가 낚시를 가자고 제안했고 운전도 직접 했기 때문에 D씨가 친구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으나, 꿈속에 친구가 나타나면 매우 마음이 무겁고 우울하다. 그러나 함께 낚시를 갔던 다른 친구는 D씨와 달리 심리적 안정을 찾고 사업을 잘 해 나가고 있다.

 

 

1. 주요증상과 진단기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D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난 후에 불안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 외상(trauma)이라 하면 죽음이나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초래하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을 의미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는 교통사고, 강간, 폭행, 유괴, 살인, 화재, 전쟁, 자연재해(지진, 홍수, 화산폭발)등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이러한 충격적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에 다음과 같은 3가지 유형의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첫째, 외상적 사건을 지속적으로 재경험하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사건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이 자꾸 떠오르거나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사건과 관련된 단서를 접하게 되면, 그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경험하거나 강렬한 심리적 또는 신체적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회피하거나 정서적으로 무감각해진다. 외상적 사건과 관련된 생각이나 대화를 피하거나 그와 관련된 장소나 사람을 회피한다. 또한 감정이 무뎌지고 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중요한 활동에 대한 흥미가 저하된다. 마지막으로, 예민한 각성상태가 지속된다. 평소에도 늘 과민하여 쉽게 놀라거나 화를 내고 주의집중을 못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외상적 사건을 경험하고 난 후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증상들 중 한 가지 이상이 1개월 이상 나타나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될 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된다. 이러한 장애는 외상적 사건의 직후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사건을 경험한 후에 한동안 잘 지내다가 몇 개월 또는 몇 년 후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2. 원인과 치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이러한 장애를 유발한 외적 사건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연구의 초점이 이 장애를 나타내기 쉬운 사람들의 특성을 밝히는 데에 모아지고 있다. 동일한 외상적 사건을 경험했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잘 적응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유발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요인은

(1) 정신장애에 대한 유전적 또는 체질적 취약성

(2) 아동기의 외상적 경험

(3) 의존성이나 정서적 불안정성과 같은 성격특성

(4) 자신의 운명이 외부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통제소재의 외부성

(5) 사회적 지지체계의 부족

(6) 최근 생활의 스트레스나 변화

(7) 최근의 심한 음주

앞의 4요인은 외상적 사건을 경험하기 이전에 개인이 지니고 있는 특성인 반면, 뒤의 3요인은 외상적 사건을 경험하고 난 이후의 요인에 해당한다.

생물학적 입장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취약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지닌 환자들이 특정한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을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외상적 사건이 유아기의  미해결된 무의식적 갈등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으로 본다. 그 결과 퇴행이 일어나고 억압, 부인, 취소의 방어기제가 동원되어 이 장애의 증상이 초래된다는 설명이다. 행동주의적 입장에서는 조건형성의 원리를 통해 이 장애를 설명하고 있다. 즉 외상적 사건이 무조건 자극이 되고 외상과 관련된 단서들이 조건 자극이 되어, 불안반응이 조건형성된 것이다. 아울러 외상 사건의 단서를 회피하는 행동이나 무감각한 감정반응은 불안을 감소시키는 부적 강화 효과를 지닌다고 본다.

인지적 입장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신념적 특성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기본적 신념을 지니고 살아가는데, 외상적 사건은 이러한 기본적 신념의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세 가지 신념 즉 (1) "저런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는 안전성에 대한 신념, (2) "이 세상은 통제가능하고 예측가능한 공정한 세상이다"라는 의미 있는 세상에 대한 신념, (3) "나는 저런 사건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가치 있는 자기에 대한 신념을 지닌다. 외상적 사건은 이러한 신념들을 일거에 무너뜨려 혼란과 무기력 상태에 빠뜨림으로써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Horowitz는 외상후 스트레스가 유발되는 인지적 과정을 설명하는 정보처리이론을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외상적 사건은 그 사건을 경험한 사람에게 엄청나게 많은 양의 내적, 외적 정보를 던져 주는 셈인데, 이러한 정보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경험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인지체계에 의해 잘 수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정보의 과부하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정보는 처리되지 않은 원래의 형태로 활성화 된 채로 남게 된다. 마비나 부인은 이러한 고통스런 외상적 정보가 의식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전략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여 인지체계에 통합시키려는 경향성이 있으므로, 외상적 정보는 때때로 의식되기도 한다. 즉 대량의 극단적 정보를 던져주는 외상 사건은 개인의 심리적 평정에 영향을 주고, 새로운 정보들이 완전히 처리되어 통합될 때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5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충격의 단계

(2) 부인과 마비가 나타나는 회피의 단계

(3) 외상적 정보의 침투와 회피 반응이 함께 나타나는 동요의 단계 

(4) 조금씩 정보처리가 진행되는 전이의 단계

(5) 외상적 정보가 완전히 정보처리되는 통합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에는 다양한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약물치료에서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나 삼환계 항우울제가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 그 치료효과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지연된 노출법은 외상적 사건에 대한 기억과 연관된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상적 사건을 단계적으로 떠올리게 하여 불안한 기억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외상적 사건을 큰 불안 없이 직면하도록 유도한다. 아울러 외상적 사건과 관련된 기억을 재구성하여 기존의 인지도식에 통합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외상후 스트레스 환자에게는 불안조절훈련이 도움이 되는데, 긴장이완훈련, 호흡훈련, 인지적 재구성, 역할연습 등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에 대처하는 기술과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인지적 치료에서는 환자가 외상적 사건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탐색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의미를 재구성하도록 유도한다. 외상적 사건은 특정한 장소와 시점에서 일어난 특수한 예외적 사건이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킴으로써 외상적 경험과 일상적 경험을 분리시켜 받아들이게 한다. 아울러 외상적 사건을 예외적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났던 실제 경험으로서 자기경험의 일부로 수용하여 통합하도록 유도한다.

 

출처 : 현대 이상심리학   권석만 저

반응형

'맘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증의 원인 (정신분석 이론)  (0) 2024.07.25
기분장애 (우울증)  (0) 2024.07.24
강박장애  (0) 2024.07.22
공황장애  (2) 2024.07.22
광장공포증  (0) 202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