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잔걱정이 많은 40대 회사원인 K씨는 요즘 자신의 신체적 건강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불안감으로 인해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 3개월 전 상사와 심한 말다툼을 하고 기분이 몹시 상하여 폭음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자신의 심장이 평소와 달리 매우 강하고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음을 자각하였다. 자신의 심장박동에 주의를 기울여보니 심장이 점점 더 강하고 불규칙하게 뛰었으며 가슴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져 심장마비 증세로 생각되었다. 극도로 불안해진 K씨는 가족을 깨워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응급실로 달려갔다. 신체검사 결과, 심장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소 불안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 후 거의 매일 밤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져서 잠들기가 어려우며, 회사에서도 가끔씩 심장에 이상감각이 느껴져서 불안하였다. 며칠 전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호흡이 곤란해지고 심장에 통증을 느끼게 되었으며 이러다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였다. 그 후로 K씨는 여러 병원을 방문하여 신체검사를 하였으나 특별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가슴에 통증을 자주 느끼고 있고 자신의 심장에 분명히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으며 병원의 진찰결과를 믿지 못하고 있다.
1. 진단기준 및 임상적 특징
공황장애는 K씨의 경우처럼 갑자기 엄습하는 강렬한 불안, 즉 공황발작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장애를 말한다. 공황발작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극심한 공포, 곧 죽지 않을까 하는 강렬한 불안이다. DSM-4에 따르면, 공황발작이라고 진단되기 위해서는 강렬한 불안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13개의 신체적, 심리적 증상 중 적어도 4개 이상의 증상이 있어야 한다: (1)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뜀, (2) 진땀을 흘림, (3) 몸이 떨림, (4) 숨이 가빠지는 느낌, (5)질식할 것 같음, (6) 가슴의 통증이나 답답함, (7) 토할 것 같은 느낌, (8) 어지러움, (9) 비현실감, (10) 자기통제를 상실하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11) 죽음에 대한 두려움, (12) 감각의 이상이나 마비, (13) 몸이 달아오르거나 추위를 느낌. 이러한 증상은 갑작스럽게 나타나며 10분 이내에 그 증상이 최고조에 도달하여 극심한 공포를 야기한다. 흔히 첫 공황발작은 피곤, 흥분, 성행위, 정서적 충격 등을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예측하기가 어렵고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이런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되면 환자는 죽을 것 같은 공포로 인해 흔히 응급실을 찾게 되며 진찰 시에 같은 말을 되풀이하거나 더듬는 등 몹시 당황하는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이러한 공포가 10~20분간 지속되다가 빠르게 또는 서서히 사라진다. 공황장애는 예기치 못한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장애이다. 발작이 없는 중간시기에는 그런 일이 또 생기지 않을까 하는 예기불안이 있다. 즉 공황발작이 다시 일어나는 것에 대한 계속적인 걱정과 더불어 공황발작의 결과에 대한 근심(예: 심장마비가 오지 않을까,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나타내며 부적응적인 행동변화(예: 심장마비가 두려워서 일체의 운동을 중지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또는 응급실이 있는 대형병원 옆으로 이사를 가는 것)을 수반하게 된다. 이어서 환자는 흔히 심장병이 아닌가 하는 등 건감염려증이 생기고 발작이 일어났던 장소, 상황과 유사한 장소나 상황을 피하려는 회피행동을 보인다. 또는 외출을 피하고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고, 외출할 때는 누구와 꼭 동행을 하려 하는 등 광장공포증이 생긴다. 공황장애는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환자의 약 50%는 경미한 증상을 지니고 살아가며 10~20%는 상당한 증상을 지닌 채 고통스럽게 살아가게 된다. 만성화된 환자의 40~80%는 우울증을 경험하게 되고 자살의 가능성도 높다. 이 둘 중 일부는 알코올이나 약물을 남용하기도 하고 강박증이나 건강염려증을 함께 나타낼 수도 있다.
2. 원인과 치료
공황장애는 매우 극심한 불안증상과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수반하는 불안장애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원인이 깊이 관련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특히 공황장애 환자의 생물학적 결함이나 취약성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 하나인 과잉호흡이론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들은 호흡기능과 관련된 자율신경계의 생물학적 결함으로 인해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 수준을 낮게 유지해야 하며 그 결과 깊은 호흡을 빨리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과잉호흡이 공황발작의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공황발작이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에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그 원인에 대해서 크게 3가지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공황발작은 불안을 야기하는 충동에 대한 방어기제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견해이다. 따라서 억압되어 있던 두려운 충동이 마구 방출될 것에 대한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공황발작의 증상을 어린아이가 어머니와 이별할 때 나타내는 분리불안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이다. 광장공포증과 함께 나타나는 공황장애는 사람이 많은 넓은 장소에 혼자 있는 상황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유아기의 분리불안을 재현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공황발작이 무의식적인 상실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는 견해이다. 공황장애 환자는 대부분 공황발작을 경험하기 전에 '상실'과 관련된 심한 사회적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한다. 연구에 포함된 32명의 공황장애 환자 중 50%가 의미 있는 타인을 상실한 후에 공황발작을 경험했으며 특히 17세 이전에 부모를 상실한 경우 공황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인지적 입장에서 공황장애를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 이론은 Clark의 인지이론이다. 공황발작이 신체감각을 위험한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파국적 오해석(catastrophic misinterpretation)에 의해 유발된다고 보았다. 평소보다 강하거나 불규칙한 심장박동이나 흉부통증을 심장마비의 전조로, 호흡곤란을 질식에 의한 죽음으로, 현기증과 몸 떨림을 자신이 미쳐 버리거나 통제불능상태로 빠져 버리는 것으로 파국적인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자극들이 공황발작을 촉발할 수 있는데, 외적 자극으로는 특정한 유형의 장소가 있으며 내적인 자극으로는 불쾌한 기분, 생각이나 심상, 신체감각 등이 있다. 이러한 자극들이 위협적인 것으로 지각되면 경미한 걱정과 염려를 하게 되고 이러한 상태는 다양한 신체감각을 유발한다. 이때 공황장애 환자는 이러한 신체감각(예: 평소보다 다소 불규칙하고 강하다고 느껴지는 심장박동)을 파국적으로 해석(혹시 심장마비는 아닐까?)하고 이러한 해석으로 인해 염려와 불안이 강화되어 신체감각이 더욱 증폭(더욱 강해진 심장박동과 흉부통증)되며 이에 대해서 더 파국적인 해석(심장마비가 틀림없어, 이러다가 죽는 것 아니야?)을 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치달아 결국에는 극심한 공황발작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파국적 해석은 반드시 의식적이지는 않다. 반복적으로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경우, 이러한 해석과정은 빠르고 자동화되어 자각되지 않을 수 있다. 특별한 단서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공황발작이나 수면 중에 나타나는 공황발작은 환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이루어진 파국적 해석의 결과라고 설명될 수 있다.
공황발작의 인지모형은 생물학적 요인의 역할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생물학적 연구결과들은 인지모형을 뒷받침한다. 즉 공황장애 환자들은 생리적 취약성이 있기 때문에 공황발작의 토대가 되는 신체감각의 변화 폭이 더 크며 예민하게 지각될 수 있다. 즉 생물학적 취약성은 공황발작의 악순환의 단계를 강화시키거나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공황장애에는 크게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적용되고 있다. 공황장애에는 benzodiazepine 계열의 약물, 삼환계 항우울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이 사용되며 그 치료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은 치료효과가 빨리 나타나지만 신체적, 심리적 의존이 나타나서 약물을 중단하기 어려우며, 삼환계 항우울제는 어지러움, 입마름, 성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공황장애의 치료를 위해 가장 선호되는 약물이지만 역시 75% 이상의 경우 성기능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공황장애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는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지행동치료는 불안을 조절하는 복식호흡 훈련과 긴장이완훈련, 신체적 감각에 대한 파국적 오해석의 인지적 수정, 광장공포증과 관련된 공포상황에의 점진적 노출 등과 같은 치료적 요소로 구성된다. 특히 Barlow와 Craske에 의해 발전된 공황통제치료(PCT: panic control treatment) 에서는 환자에게 과잉호흡을 하게 하거나 회전의자를 빨리 돌려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작은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양된 신체감각에 노출시켜 익숙해지도록 하고 다양한 불안통제기술을 적용시키며 파국적 오해석을 방지하는 훈련을 하게 한다. 이러한 방법은 공황장애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었으며 그 효과가 2년 후에도 지속되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출처 : 현대 이상심리학 권석만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