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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건강

사회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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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던 K군은 대학에 입학한 후 동아리 모임에 가입하고 첫 모임에서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 심한 불안을 경험했다. 자기소개를 해야 할 순서가 다가오게 되면서 불안과 긴장이 심해지고 심장이 빨리 뛰었으며, 막상 자기소개를 하기 위해 일어났을 때는 얼굴이 붉어지고 손발이 떨렸으며 정신이 멍해져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더듬고 횡설수설하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K군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만 하면 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어 가능하면 이러한 자리를 기피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발표를 해야 하는 수업은 수강할 자신이 없었다. 이처럼 K군은 여러 사람이 자신을 주시하거나 자신이 평가받게 되는 상황에 대한 불안이 심하여 인간관계가 위축되고 대학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 주요증상과 진단기준

사회공포증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상황을 두려워하여 회피하는 공포증의 한 유형이다. 이 장애에 대한 DSM-4의 진단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공포증의 본질적 특징은 당황할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상황이나 과제를 수행하는 상황에 대해서 현저하고 지속적인 공포를 지니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관찰되는 것,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 모욕당하는 것, 당황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흔한 예로는,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무대에서 연주할 때 느끼는 무대 공포,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적면공포, 공공장소에서 음식 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식사공포 등이 있다. 둘째, 이러한 사회적 상황이나 과제수행 상황에 노출되면 거의 예외없이 즉각적인 불안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얼굴이 붉어지고 근육이 긴장되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손발이 떨린다. 또한 진땀이 흐르고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며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끼기도 한다. 셋째, 이러한 장애를 지닌 청소년과 성인들은 자신의 공포가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회적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현실적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버릴 수가 없다. 넷째, 사회공포증을 지닌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사회적 상황이나 수행 상황을 회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때로는 심한 불안을 느끼면서 고통 속에서 이러한 공포 자극을 참아 내는 경우도 있다. 이상의 주요 증상이 6개월 이상 나타나서 일상생활은 물론 직업적 또는 사회적 생활에 현저한 방해를 받을 경우, 사회공포증으로 진단 된다. 

사회공포증은 매우 흔한 심리적 문제이다. 사회적 불안이나 수줍음은 대학생의 약 40%가 이런 문제를 지닌다고 보고될 만큼 매우 흔하다. 사회공포증은 다른 불안장애와 함께 수반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치료기관을 찾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피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서는 사회공포증이 여성에게 다소 많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으나, 임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남성이 많거나 여성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공포증은 수줍고 내성적인 아동기를 보낸 10대 중반의 청소년에게서 시작되며 만성적 경과를 거쳐 점차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사회공포증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점은 동북아시아의 3국, 즉 한국, 일본, 중국 사람들이 독특한 유형의 사회공포증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즉 자신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사회적 상황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게 되는 '가해의식형 사회공포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흔한 이유로는 외모의 특성, 몸 냄새, 강렬한 눈빛, 표정이나 말투인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2.원인과 치료

사회 공포증을 지닌 사람들은 자율신경계 활동이 불안정하여 다양한 자극에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수줍음, 사회적 불편감, 사회적 위축과 회피,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기질적 특성을 지니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회공포증을 지닌 사람의 친척 중에는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쌍둥이 연구에서 두 명 모두 사회공포증을 나타낼 일치율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24.4%였으며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15%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사회공포증에 유전적 요인이 관여함을 시사한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사회공포증 역시 무의식적인 갈등이 사회적 상황에 대치되어 투사된 것으로 본다. 의식적인 수용이 불가능한 공격적 충동을 타인에게 투사하여 타인이 자신에게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일 것이라고 느끼게 됨으로써, 타인 앞에 나서기가 두려워지는 것이다. 정신분석적 입장의 한 부류인 대상관계이론은 생의 초기에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사회공포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아동은 생의 초기에 어머니와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과 주요한 타인에 대한 내면적 표상을 형성하게 되며 이는 성장 후의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와 불안정하거나 거부적인 관계를 경험하게 되면, 부적절한 자기상과 비판적인 타인상을 형성하여 성인이 된 후에 대인관계에서 과도한 불안을 경험하는 사회공포증을 나타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지적 입장의 연구자들은 사회공포증을 지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인지적 특성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사회공포증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뿌리깊은 믿음을 지니고 있다. 즉 사회적 자기에 대한 부정적 개념을 지니고 있다. 둘째, 다른 사람에게 자신에 관한 좋은 인상을 심어 주어야 한다는 강한 동기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며 그들로부터 호감과 인정을 받기 위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동시에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을 재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셋째,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비판적이어서 자신이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자신을 싫어하고 멀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넷째, 이들은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이 한 행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불안과 좌절감을 경험하게 되며 결국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회피적 대처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현재 사회공포증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은 Clark과 Wells의 인지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회공포증을 지닌 사람들은 과거경험에 근거한 3가지 주제의 역기능적 신념, 즉

(1) 사회적 수행에 대한 과도한 기준의 신념 (예: "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아야 한다", "약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드러내서는 안된다", "내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서는 안 된다")

(2) 사회적 평가에 대한 조건적 신념(예: "내가 실수를 하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무시할 것이다","나의 진짜 모습을 알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싫어할 것이다"),

(3) 자기와 관련된 부정적 신념(예: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러한 역기능적 신념이 활성화되어 그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사회적 위험을 지각하게 된다. 예컨대, 다른 사람이 하품을 하면 자신의 이야기가 지루해서 하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회적 위험을 지각하면, 서로 연결된 3가지 변화가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나며 불안을 강화하게 된다.

그 첫째는 신체적 또는 인지적 변화가 나타난다. 즉 얼굴이 붉어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소리가 떨리거나 주의집중이 되지 않고 정신이 멍해진다. 두 번째로 안전행동이 나타나는데, 이는 불안을 줄이고 남들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한 방어적 행동을 말한다. 예컨대, 손떨림을 막기 위해 마이크를 꽉 붙잡거나 타인의 시선을 피하거나 말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빨리 말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행동은 오히려 타인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거나 불안을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변화로서 주의가 자신에게 향해지는 자기초점적 주의(self-focused attention)가 나타나서 불안해하는 자신을 관찰하게 된다. 이러한 자기관찰(예: 진땀을 흘리고 손을 떨며 말을 더듬고 있는 모습)에 근거하여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타인의 눈에 비치게 될 사회적 자기(social self)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실의 왜곡이 일어나는데, 예를 들어 자신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고 느끼면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사실을 자신처럼 알고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세 가지 변화가 악순환적 과정을 통해 불안을 강화하게 됨으로써 심한 사회적 공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공포증은 인지행동적 집단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인지행동치료는 사회적 상황에서 갖게 되는 부정적 사고와 신념을 수정하는 인지적 재구성, 여러 집단 구성원 앞에서 발표를 하는 등 두려운 사회적 상황에의 반복적 노출, 발표자와 청중의 역할을 번갈아하는 역할 연습, 그리고 불안을 이완시키는 긴장 이완 훈련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집단 인지행동치료는 사회공포증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며 치료효과가 5년 이후에도 지속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국내에서도 사회공포증을 위한 집단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사회공포증에는 약물치료가 적용되기도 한다. 흔히 사용되는 약물로는 베타억제제를 비롯하여 삼환계 항우울제와 MAO억제제가 있으며, 최근에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사회공포증의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사용되고 있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의 치료효과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두 치료방법 모두 유사한 치료효과를 나타냈으나 약물치료의 경우에는 약물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출처: 현대 이상심리학   권석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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