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무역회사 직원인 P씨는 가족의 권유에 못 이겨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로 결정했다. 반복되는 과음 때문이었다. P씨에게 과음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이었다. P씨는 영어실력이 뛰어나서 회사에서도 촉망받는 인재였으며 중요한 무역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서 2년 전에 1년간 외국에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7년 전에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고 있는 P씨는 파견을 나가면서 가족과 함께 가기를 원했으나 부인의 반대로 혼자 외국에서 1년을 보내야 했다. 처음 한두 달은 큰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으나 무엇보다 어린 자녀들이 보고 싶었다. 저녁에 돌아오면 허전하고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P씨는 외국인 바이어와의 업무가 끝나면 주로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에는 마시는 술의 양이 많아졌다. 저녁으로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상태에서 잠이 오지 않으면 거의 매일 TV를 보면서 술을 마시곤 했다. 처음에는 주로 맥주를 마셨으나 기분 좋게 잘 취하는 싸구려 위스키와 보드카를 주로 마시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밤 술을 마시는 일이 습관처럼 되었으며 술을 마시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초조하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술을 마시면 이러한 불안감이 착 가라앉으며 기분이 좋아졌으며, 음주량은 늘어갔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낮에도 숙취가 남아 업무를 수행하는데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P씨는 일을 대충대충 빨리 끝내고 숙소에 가서 술을 마시는 것을 고대하는 생활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본사에서 알게 되어 결국 P씨는 9개월 만에 귀국하게 되었다. 결국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서울 근교의 알코올 중독 전문 병원에 입원하였다. 금단현상도 많이 사라지고 금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2달 만에 퇴원하였다. 회사에 복직하여 일을 시작하게 되었으나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고 감원바람이 불어 퇴직의 불안에 휩싸이게 되자 다시 술에 대한 충동이 되살아났다. 소주 딱 반 병만 마시기로 작정하고 술을 입에 대던 날, 결국 소주 5병을 마시게 되었다. 술에 취해 돌아온 P씨를 본 부인이 화를 내면서 잔소리를 하자 평소 양순하던 P씨는 부인을 구타하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아침에 술에서 깬 P씨는 후회를 하였고 부인에게 잘못했다고 빌면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썼다. 그러나 술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으며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기 시작했다. 결국 부모와 형제들이 모두 모인 가족회의에서 P씨에게 다시 병원에 입원하도록 강력하게 권유했으며 P씨도 이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좀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알코올 관련 장애에 대한 증상과 가족의 반응이 잘 묘사 되었다고 본다.
알코올 관련 장애는 한국인이 나타내는 정신장애의 평생 유병률 중 남녀 통틀어 가장 높다. 남(25.2%), 여( 6.3%)
술에 대해 허용적인 문화와 다소 경직되고 경쟁지향적인 문화 특성상 이완 시켜 줄 무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필자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독박육아의 시간을 보내며 육퇴 후 맥주 한잔으로 시작했다가 두잔이 되고 아이들이 잠들지 않았는데도 마시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다 평소 장이 약한 편이었는데 배탈이 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자 마시지 않게 되었다. 최근 <나는 솔로> 22기 여자 출연자가 육아와 직장일 때문에 바빠서 사람 만날 시간이 없어서 혼자 매일 술을 마신다는 장면을 보았을 때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믿어주지 않는 남자출연자의 마음도 공감이 되었다.
알코올 의존
잦은 음주로 인하여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겨 알코올의 섭취량이나 빈도가 증가하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여러 가지 고통스러운 금단현상이 나타나게 되어 술을 반복하여 마시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알코올 사용으로 물질의존의 진단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알코올 의존으로 진단된다.
알코올에 대한 생리적 의존은 내성과 금단 증상으로 나타난다.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되면, 술에 잘 취하지 않게 되므로 점점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된다. 또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다양한 금단 증상(예: 손 떨림, 불안, 초조, 구토, 불면증)이 나타나며 술을 다시 마시면 이러한 증상이 사라지므로 계속 술을 마시게 된다.
알코올 의존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적응적 문제가 발생하므로 술을 끊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만, 이러한 알코올 금단증상이 매우 불쾌하고 강렬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거나 없애기 위해 지속적으로 알코올을 마시게 된다.
원인
생물학적 입장에서는 알코올 의존 환자들이 유전적 요인이나 알코올 신진대사에 신체적인 특성을 지닌다고 본다. 알코올 의존자의 가족이나 친척 중에는 알코올 의존자가 많다는 것이 자주 보고되었으며, 알코올 의존자의 아들이 알코올 의존자가 되는 비율은 25%로서 일반인보다 4배나 높았다. 어떤 특성이 유전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유전 기제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알코올에 대한 신체적 반응은 유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 관련 장애의 가족력이 높은 사람은 알코올에 대한 메슥거림, 두통, 얼굴 빨개짐 등의 불쾌한 신체적 반응이 적게 나타난 것이다.
치료
알코올 의존의 치료 목표를 금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절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완전히 술을 끊게 할 것인가 아니면 술을 마시되 스스로 절제하여 과음하지 않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 오랜 기간 논쟁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주장을 경험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두가지 주장에 대한 치료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들이 다수 이루어졌으나 상반된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주를 목표로 하는 치료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이다.
알코올 의존이 심한 사람은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알코올 금단현상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우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술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술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술로부터 차단된 병원상황에서 금단현상을 줄일 수 있는 진정제 투여를 받게 된다. 이러한 약물치료와 더불어 알코올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교육하고, 가정과 직장 및 사회적 활동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훈련, 자기주장훈련, 이완훈련, 명상 등이 함께 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코올 의존자를 위해 널리 알려진 자조 집단은 Alcoholics Anonymous(AA)이다. 두명의 알코올 중독자가 만나서 사회적 낙인 없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모임을 구성한 것이 AA의 효시이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수만 개의 AA집단이 구성되어 있다. 익명의 상태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알코올 의존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지원을 한다. 대부분의 AA집단은 이러한 모임을 유지하기 위한 공통된 규칙을 지니고 있으며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침을 회원에게 제공한다.
알코올 의존자들의 치료에서는 이들이 겪게 될 우울증과 자살의 위험을 잘 평가하여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 의존자의 치료에는 의존자 자신의 동기가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회복노력을 지원하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 AA같은 자조집단의 사회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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