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채식주의자>의 내용만 대략 듣고선
선뜻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다.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벨 문학상을 수상 했다는 소식을 듣고선 언젠가 한번은 읽어야 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하지만 시립 도서관에 있는 한강 작가 소설 대부분은 항상 대출중이었고,
우연히 한쪽 귀퉁이에 있는 <흰>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에세이 같은 느낌의 짧은 단편집이었다.
이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든 것은 첫 장 이었다.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
한 단어씩 적어갈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이 책을 꼭 완성하고 싶다고, 이것을 쓰는 과정이 무엇인가를 변화시켜줄 것 같다고 느꼈다.
환부에 바를 흰 연고, 거기 덮을 흰 거즈 같은 무엇인가가 필요했다고.
작가의 말대로 환부에 바르는 흰 연고 같은 책이었다.
본인의 삶과 연결된 하얀 어떤 것을 주제로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부분에선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 되어 같이 아프기도 하고
애도하게 된다.
글을 쓸 때 생각이 정리되면서 한결 나아 질 때가 있다.
작가는 아니지만 삶을 기록해 보며 응어리진 것들을 실타래 풀 듯 풀어내 보기도 하고
좀더 객관적으로 상황이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 같다.
<흰>을 읽으면서는 내가 아닌 작가의 삶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아픔과 애도의 과정을 함께 마친 것 같은
느낌이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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