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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가지 않은 길, 영화 <한국이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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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애석하게 두 길을 다 가볼 수는 없었다

몸이 하나이기에. 한참을 서서

한쪽 길을 따라 되도록 멀리 바라보았다

길이 덤불 속으로 휘어지는 곳까지

 

그러다가 다른 길을 택했다. 

똑같이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한

풀이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원하는 길이었기에

사람 발길로 닳은 건

두 길이 정말 비슷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그날 아침 두 길은 아무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낙엽에 덮인 채 똑같이 놓여 있었다

아, 한쪽 길은 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길이 어떻게 길로 계속 이어지는지 알기에

과연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의심하면서도

 

나는 먼 훗날 어디에선가

한숨지으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선택했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갈리시아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푯말

 

1916년 발표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아마 고등학생 때쯤 이 시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종종 생각나는 시인데 어제 문득 또 생각이 났다.

어떤 작은 선택을 두고 친구와 다른 결정을 했는데,

이미 예상해 본 일이기도 하지만 친구의 선택이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 잡았다.

내가 이 결정을 하기로 선택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충실하게 선택한 길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올해 개봉한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 '계나'는 한국에서의 삶이 싫어서 뉴질랜드로 떠나는 결정을 한다.

뉴질랜드에서의 삶도 녹록치 않긴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적응해 간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전남자친구에게 안정적인 삶을 제안 받지만,

자신이 어떤 순간 더 행복할 수 있는지 알게 된 계나는 다시 떠나는 결정을 하게 된다.

 

나는 뭔가 결정하는 걸 어려워 했다.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결정한 후엔 이내 후회할 때가 많았다.

이런 나를 엄마는 '변덕쟁이'라고 하셨지만 나아지지는 않았다.

인생이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누군가 화살표를 그려주면 얼마나 좋을까..생각도 했었다.

실제로 화살표만 따라가 보았는데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그렇게 감동적이진 않아서 당황하기도 했었다.

불혹의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선택은 어렵지만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더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착오 끝에.. 다른 사람이 제안하는 삶이 아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살아보는 중이다.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

다독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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