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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건강

자기애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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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과장인 30대 중반의 K씨는 최근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고 우울감과 분노감에 휩싸여 있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여 고속승진을 해온 K씨는 평소 거만하다는 평을 받기는 하지만 업무에는 매우 유능해서 상사의 인정을 받아 왔다. K씨는 자신이 주변 동료에 비해서 월등하게 유능하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최근에 있었던 인사발령에서 부장승진은 따놓은 당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부장 승진에서 탈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탈락 이유가 주변 동료들로부터 친화력과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K씨는 자신이 특출나게 우수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해야 한다는 야심에 불타 있었다. 출세를 하여 많은 사람의 경탄을 받는 상상에 혼자 즐거워하곤 했다. 이를 위해서 K씨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고 일 중독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회사업무에 열심이었다. K씨의 눈에 주변 동료들은 열등하고 나태한 존재로 보여 그들을 무시하고 있었으며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았다. 사랑이나 우정은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 온 K씨는 결혼도 자신의 사회적 출세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력가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K씨는 자신만만했으며 상사의 눈에 띨 수 있도록 회의석상에서 자주 튀는 행동을 해 왔다. 동료 사이에서는 건방지고 거만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고 K씨는 이러한 평에 몹시 화가 나긴 했지만 무능한 자들의 질투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일축해 버리곤 했다. 이렇게 출세에 집착해 온 K씨에게 승진 탈락은 커다란 충격이었으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은 회사와 동료에 대한 분노감은 지울 수가 없는 것이었다. 

 

카라바조의 나르시스

1. 주요증상과 임상적 특징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는 자신에 대한 과장된 평가로 인한 특권 의식을 지니고 타인에게 착취적이거나 오만한 행동을 나타내어 사회적인 부적응을 초래하는 성격을 말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랑이 지나쳐서 자신을 비현실적으로  과대평가하고 타인을 무시하며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나타내게 되면 대인관계의 갈등과 부적응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를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진단기준은 공상이나 행동에서의 웅대성, 칭찬에 대한 욕구, 공감의 결여가 생활전반에 나타나며 다음의 특성 중 5개 이상의 항목을 충족시켜야 한다.

1)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장된 지각을 갖고 있다.(예: 자신의 성취나 재능을 과장함, 뒷받침할 만한 성취가 없으면서도 우월한 존재로 인정되기를 기대함)

2) 무한한 성공, 권력, 탁월함, 아름다움 또는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공상에 집착한다.

3)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고 믿으며, 특별하거나 상류층의 사람들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또한 그런 사람들(혹은 기관)하고만 어울려야 한다고 믿는다.

4) 과도한 찬사를 요구한다.

5) 특권의식을 가진다. 예컨대, 특별 대우를 받을 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특별 대우나 복종을 바라는 불합리한 기대감을 가진다. 

6) 대인관계가 착취적이다. 예컨대, 자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들을 이용한다.

7) 감정이입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타인들의 감정이나 욕구를 인식하거나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8) 흔히 타인을 질투하거나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 질투하고 있다고 믿는다.

9) 거만하고 방자한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다.

 

자기애성 성격은 외현적 자기애와 내현적 자기애로 구분되기도 한다. 외현적 자기애는 제3자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애적 속성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이다. 반면 내현적 자기애는 겉으로는 잘난 척하거나 거만한 자기애적 행동특성을 잘 나타내지 않지만 내면의 깊숙한 곳에 자기애적 성격특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외현적 자기애의 특성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만만하고 외향적이며 타인의 반응을 개의치 않고 자기주장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반면, 내현적 자기애를 지닌 사람은 수줍고 내향적이며 타인의 반응에 매우 민감하며 조심스런 행동을 나타낸다. 

2. 원인과 치료

프로이드는 자기애를 "심리적 에너지가 자신에게로 향해져 자신의 신체를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하는 태도"라고 정의했으며, 이러한 성향이 어린 시절에는 정상적일 수 있으나 성장하여 성숙한 형태로 발전하지 못하면 병적인 자기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신생아는 자신의 몸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뿐 아니라 부모의 전폭적인 애정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신이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유아기적 또는 일차적 자기애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자신과 외부세계를 분명하게 구분하게 되면서 심리적 에너지를 부모에게 향하게 되는데, 이를 대상애(object-love)라고 한다. 이렇게 부모를 사랑하고 애정을 교환하는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치와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이차적 자기애라고 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고 그들로부터 전달되어 온 사랑과 애정에 근거하여 자신의 가치감을 느끼는 상호적인 성숙한 형태의 자기애를 발전시키게 된다. 그러나 유아기적 자기애에 고착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랑의 대상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되는 경우는 병적인 자기애라는 것이 프로이드의 주장이다.

Kohut에 따르면, 신생아는 부모의 전폭적인 애정과 보살핌을 받는 정상적인 발달과정에서 웅대한 자기상을 형성하며 유아기적 자기애를 나타내게 되지만 성장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러한 웅대한 자기상은 좌절과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 점차 성장하면서 아동은 부모로부터 규제와 질책을 받게 되고 자신의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좌절경험 속에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나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게 된다. 이러한 좌절경험을 통한 깨달음은 성숙하고 현실적인 자기애로 발전하는 필수요소이다. 그러나 부모의 과잉보호나 특이한 성장과정으로 인해 이러한 좌절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면 유아기적 자기애가 지속되어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발전될 수 있다. 또는 웅대한 자기상에 대한 지나친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강한 심리적 충격을 받게 되어 비참한 현실을 외면한 채 웅대한 자기상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주변사람들로부터의 인정과 칭찬을 강렬하게 추구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발전될 수도 있다. 

Kernberg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들이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한 이상적 자기상과 어머니상이 혼합된 웅대한 자기상을 통해 자신에 대한 과장된 생각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는 흔히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있거나 가족 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아이에게 엄마가 칭찬이나 특별대우를 해 주게 되면, 아이는 이를 중시하고 엄마로부터 칭찬받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예민해진다. 칭찬받지 못하는 불안을 외면하기 위해서 아이는 엄마가 칭찬해 주는 자신의 긍정적인 특성을 크게 부풀려서 엄마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되는 이상적인 자기상을 만들어 자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내적 상상내용을 변별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긍정적 측면과 엄마로부터 사랑받게 될 이상적 자기상이 혼합되어 실제의 자기보다 현저하게 과장된 자기상을 지니게 된다. 나아가서 자신을 칭찬해주고 특별한 대우를 해 주며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 주는 이상적인 어머니상이 혼합되어, 자신은 이러한 사랑을 받는 대단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지적 입장에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자의 부적응적 행동을 유발하는 독특한 신념과 사고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는 "나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인정, 칭찬, 존경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나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신념 체계는 흔히 어린 시절 부모나 형제, 중요한 타인들로부터의 직접적 간접적 메시지에 의해 발전된다. 자기애적 신념이 구성되게 되면, 자신의 신념에 일치하는 긍정적 정보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그에 중요성을 부여하여 긍정적 자기상을 강화하는 반면, 자신의 신념에 상치되는 부정적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치료방법은 개인적 심리치료이다. 

Kohut은 치료자가 내담자의 좌절된 욕구를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이러한 공감과 이해를 받게 되면 어린 시절에 받은 자존감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게 되므로 자기애성 성격특성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Kernberg는 내담자의 욕구를 수용해 주기보다 내담자에게 해석해 주고 직면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부정적이고 열등하며 수치스러운 점들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무의식 속에 묻어 두고 대신 자신의 긍정적이고 우월한 점들을 자꾸 생각하고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 양극화된 자신의 측면을 스스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기애성 성격장애자의 최종적인 치료목표라고 보았다.

인지행동치료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들이 그들의 삶을 부적응적인 상태로 유도하는 독특한 신념체계와 행동방식을 찾아내고 수정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가장 핵심적인 세 가지 특성을 웅대한 자기상, 평가에 대한 과도한 예민성, 공감의 결여라고 보고 이에 대한 치료적 개입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웅대한 자기상과 관련된 비현실적인 생각을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찾아내고 내담자가 그 부적응성을 스스로 인식하여 좀더 유연하고 현실적인 자기 신념으로 대체하도록 유도한다. 이들은 항상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우월하지 않으면 완전히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분법적인 사고경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사고 방식을 교정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에 대한 왜곡된 평가를 감소시킬 수 있다.  둘째,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에 대한 감정반응을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반응을 하게 만드는 부적응적 사고(예: 나는 항상 긍정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긍정적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은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부정적 평가는 시기와 질투에서 나온 것이다)를 찾아내어 변화시키고 부정적인 평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행동방식을 습득하도록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들이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공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타인의 감정에 대한 자각을 증진시키고 공감적 활성화를 시키며 이기적인 착취적 행동을 수정하도록 유도한다. 역할 바꾸기나 역할 연기 등을 통해 공감능력을 증진시키며 타인을 대하는 적응적인 방식을 제안하고 논의한다. 

 

출처 : 현대이상심리학  권석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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